'뉴노멀'이 된 1달러=1300원대…고삐풀린 환율, 더 갈까 멈출까

입력 2024-03-28 19:09   수정 2024-03-29 01:49

올해 서울외환시장 첫 개장일인 지난 1월 2일, 달러당 1293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1300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시작된 1300원대 환율은 3월 말까지 석 달간 지속됐다. 28일은 장중 135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1달러=1300원’ 환율이 ‘뉴 노멀’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환율 추세는 과거에 없었던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1) 금리차 충격 외환시장이 흡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미국 기준금리(연 5.25~5.5%)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 연 3.5% 간 차이는 2%포인트다. 한 국가의 금리가 높다는 것은 채권과 금융상품 등의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의미다. 원화로 국내 시장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달러로 환전해 국외로 나가려는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홍기 한국경제학회장(한남대 경제학과 교수)은 “과도한 수준의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높은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이런 금리 차가 발생하면 투자금이 외부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다수의 경제학자가 한·미 금리 차가 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 위험하다고 경고한 이유다. 최근 들어선 달라졌다. 금리 차이를 환율이 흡수하면서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차 확대 영향이 활발한 환율조정 메커니즘으로 상쇄되고 있다”며 “자본 이동의 인센티브가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외환당국의 개입도 환율 수준을 낮추는 것보다는 환율 변동성을 축소하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자본 유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높은 환율 수준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환율이 올랐지만 자금시장은 안정을 유지했다”며 “한은과 정부가 환율 상승에 대해 과거보다 덜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 미·중 경제 디커플링
미국 경제가 고금리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탄탄한 것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중 패권 갈등 이후 미국이 전 세계 제조업 투자를 빨아들이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미국은 연 5%가 넘는 고금리로 인한 침체가 나타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성장세가 뚜렷하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2.1%로 0.7%포인트 끌어올렸다. 3개월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이렇게 큰 폭으로 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갈등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산업·통상 정책을 통해 공격적으로 자국 투자를 유치하면서 미국 내 소비와 고용지표가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경제의 이런 펀더멘털은 한국은 물론 유럽과 비교해도 좋은 상태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에 대한 큰 우려 없이 물가 지표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스위스처럼 경기 부진 우려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국가들이 나오면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 가치가 더욱 강해진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 이후 에너지 순수출국이 되면서 유가 상승이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엔 유가가 오르면 미국 무역수지가 악화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중 갈등 이후 중국 경제가 부진한 것도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국제 시장에서 원화는 위안화의 대리(proxy) 통화로 여겨진다. 원화가 위안화 약세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3) 늘어나는 해외 투자
한국의 해외 투자 급증도 높은 환율 수준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화 수요 증가가 환율을 밀어올린다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접투자액은 633억달러다. 2021년 769억달러, 2022년 815억달러에 비해 감소했지만 300억~400억달러 수준에 그친 2015년 이전에 비해선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많아진다. 이 과정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 기업의 직접투자와 연기금의 대체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환율엔 부담이다. 박혜진 한은 국제국 과장은 “국내 연기금이 해외 연기금 수준까지 해외 대체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직접투자 증가로 외환 유출이 늘어나면서 외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개인의 해외증권 투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 잔액은 작년 말 771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에 연동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Fed가 금리를 내리면 다른 국가들도 함께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는 1달러에 1300원대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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